샹치 – 새 시대의 영웅을 위하여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 영상 저널
세계의 반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아이언 맨은 죽음을 맞이했고, 수많은 영웅들은 스스로를 내려놓고 다음 세대에게 새 시대를 맡겼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새로운 페이즈를 맞이했다. 그리고 새 시대의 새 영웅. 샹치가 나타났다.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개봉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영웅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 더해 세대가 교체되는 현상에 마블-탈덕을 외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때문에 이번 영화는 마블 팬이었던 관객의 마음을 다시금 사로잡고 코로나로 지친 대중들에게 마블의 새로운 페이즈 시작과 함께 히어로 무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더욱이 아시안계 히어로인 샹치의 성패는 여러모로 그 의미가 대단했다고 생각된다.
‘텐 링’ 이라는 고대 무기를 관장하던 웬우. 그는 텐 링을 사용해 자신만의 조직을 만들고 세계 정부를 무력화 시키며 권력을 얻는다. 그러던 차 전설 속의 부족이 산다는 숲에 대해 알게 되고 숲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아내 잉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들과 딸을 낳고 살던 중 복수로 아내를 잃게 되고 또다시 살육에 빠진 웬우. 텐링즈를 재건해 아들인 샹치를 킬러로 키워내지만 샹치는 그런 아버지를 피해 미국으로 도망친다. 몇 년이 지난 뒤 샹치는 친구인 케이티와 호텔 주차 요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언제 아버지가 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데, 결국 아버지가 보낸 부하들에게 어머니의 펜던트를 빼앗긴다. 자신에게 온 동생의 엽서를 떠올리며 본능적으로 동생이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해 엽서의 주소로 날아가지만, 동생인 샤링은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원망하며 자신 역시 도망쳐 자신만의 격투 장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었다. 격한 대화로 남매간의 감정을 해소하던 중 아버지의 습격으로 샤링 역시 어머니의 펜던트를 빼앗기고 샹치와 샤링, 그리고 케이티는 아버지 웬우를 따라 텐링즈 본거지로 향한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영혼이 고대 부족 마을 ‘탈로’ 에 잡혀있다고 이야기하고, 샹치와 샤링, 케이티는 의문을 가지고 먼저 마을로 떠난다. 마을에서 어머니의 가족과 만나 듣게 된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사람의 영혼을 먹으며 힘을 키우는 다크 드웰러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흉내 내 아버지로 하여금 봉인을 풀려는 것. 샹치와 샤링, 케이티와 탈로 부족의 사람들은 봉인을 풀려는 웬우와 텐링즈를 막기 위해 전투를 준비한다. 살육을 피해 아버지에게서 도망친 샹치, 자신이 가진 힘과 능력을 현명하게, 영웅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아버지를 막아 ‘탈로’와 인간세계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영화 샹치는 마블 영화의 새로운 세대를 열어감과 동시에 기존에 있던 세대와의 융합이 필요했다. 관객들에게 그 전 세대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했다. 샹치는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이야기다. 샹치의 빌런으로 나오는 텐링즈는 아이언 맨을 납치했던 조직과 연관이 있었다. 또한 아이언 맨 납치와 테러 주범이라고 나온 ‘만다린’은 또 다른 모습으로 샹치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샹치의 세계에서는 심심찮게 블립(타노스의 스냅으로 사라졌다가 5년 뒤 되돌아온 사건)이 언급되었다. 이것은 샹치가 사는 세계 어느 곳에서는 어벤저스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 세계라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샹치와 웬우가 사용하는 텐링이라는 무기는 고대의 힘을 가진 무기로 닥터스트레인지에 나오는 웡이 간간히 출현하며 관객들에게 텐링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하고 스트레인지가 사용하는 아가모토의 눈과 같은 물건이 아닐까 라는 호기심을 가지게 한다.
영화의 분위기에는 호불호가 갈릴 듯싶다. 서양이 주축이 되던 기존의 히어로 무비에서는 주인공들의 능력이 초능력과 더불어 눈부시게 발전된 과학의 영역에 가까웠다. 아이언 맨의 슈트나, 캡틴 아메리카의 슈퍼솔저 혈청, 앤트맨의 핌 입자 등 많은 주인공들이 과학의 부산물로 인해 영웅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동양의 분위기가 들어간 샹치는 초능력보다는 자연의 힘, 고대의 주술, 전설에 가까웠다. 전체적인 액션씬 역시 기존의 서양 중심 히어로 무비와는 다르게 무협적 성격이 강했고, 등장하는 존재들은 자연물의 힘을 이용하는 고대 민족, 해태, 용 등의 전설 속 동물들이었다. 결국 서양의 (백인)히어로가 우주선 타고 날 때 동양의 샹치는 용을 타고 난다는 생각? 어떤 것에 우위를 두진 않았겠지만, 음양의 조화나 자연친화적인 성격이 고대 동양의 특징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듯하니,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평가일 것 이다.
주인공인 샹치는 생각보다 건실한 청년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사는 ‘평범남’이자 어두운 과거를 딛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으로, 개인적인 평가로는 흔들리지 않는 곧은 성심을 가지고 있으며 친화력도 가지고 있고 힘을 사용함에 있어 정의롭고 의로울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에서는 조상의 덕, 업이 모두 자신에 온다는 동양의 전통적인 사상에 입각해 샹치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전설의 부족, 용의 힘을 빌려 쓴느 탈로의 사람인 어머니의 힘과, 텐링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살육을 일삼고 필요하다면 악과도 손잡는 아버지의 힘이 조화롭게 섞여 샹치라는 인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캐릭터 자체는 모난 구석 없이 만들어진 영웅의 표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샹치주변의 많은 인물들이 더 매력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 묻히는 느낌이 있었다.
주연 삼인방 중 한명이자 샹치의 친구 케이티는 히어로의 사이드킥으로 ‘잘’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카레이싱을 즐기는 동양인 여성이라는 설정은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설정이다. 버클리를 졸업하고 발렛파킹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 친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여정을 시작한 의리 있는 사람. 괴롭힘을 당하던 샹치를 도와줄 만큼 정의롭지만, 장난도 치고 노래방 가는 것을 즐기는 인물로 샹치와의 합이 좋아 보인다. 대체로 케이티가 치는 사고에 샹치가 휘말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등학교부터 친구라던 수와 삼총사로 활약했던 과거 이야기가 더 풀어졌으면 좋겠다. 버스 액션씬에서 운전을 맡았기에 후반에도 역시 카 체이싱 혹은 자동차 액션씬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갑자기 활...?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고대 동물을 타고 다닌다거나 말을 타는 등의 장면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승을 죽음을 목도하고도 흔들리지 않고 활을 쏠 수 있는 정신력은 샹치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영화에서 가장 감춰진 캐릭터이자 가장 매력 있었던 캐릭터는 샹치의 동생인 샤링이다. 텐링즈의 분위기나 웬우의 성향으로 봐선 아내를 닮은 딸을 의도적으로 무시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때문에 킬러 교육이나 훈련에서 제외되어 잊힌 샤링은 스스로 무기를 훔쳐 혼자서 수련을 이어 나가야 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기다렸다가 원망했다가 결국 자신도 도망쳐 16살의 어린 나이에 마카오의 격투 장을 건설할 때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샤링의 대사 한 줄로 그녀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의 제국에 속할 수 없다면, 자신만의 제국을 만들어야 해요’ 남성의 세계에 속할 수 없다면, 차별을 짓밟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샤링의 대사는 그녀를 정당한 제국의 주인으로 보이게 한다. 그런 그녀 역시 아버지의 냉대와는 달리,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교육을 받는 ‘탈로’에서 치유를 받는다. 이모에게 직접 무기를 하사받고 남 몰래 자신만을 지키기 위한 수련이 아닌, 모두를 지키기 위한 수련을 이어간다. 영화에서 남매의 어머니인 ‘잉리’는 샹치에게 용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용의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텐링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은 텐링의 힘 뿐 아니라 용의 힘으로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데, 내 생각에는 샤링 역시 용의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을 것이다. 샤링은 전투중 용을 타고 나타나며 샹치를 도와 다크 트웰러 퇴치에 힘썼는데, 샹치와는 달리 그녀는 어머니나 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된 무술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로 양육되어 결국 오빠와 비슷한 능력치로 태어났지만 다르게 교육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샤링은 자신이 가진 불평등의 격차를 딛고 결국 아버지 제국인 텐링즈를 자신의 제국으로 만들었다. 변화된 텐링즈에서는 여성 역시 남성과 동일한 무술 교육을 받게 되는 장면이 그려지는데, 샤링이 바로 그 주인이 된 것이다. 영화 샹치에서 샹치의 일대기만큼이나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것이 바로 샤링의 일대기이다. 무시당하던 여자아이에서, 마카오 격투장의 주인으로, 결국 아버지의 제국 텐링즈를 자신의 제국으로 만들기까지, 그녀의 인생은 앞으로 나올 마블 영화에서 어떻게 언급될지 기대가 된다. (가능하다면, 디즈니플러스 드라마로 나왔으면 좋겠는데.)
영화의 시작이자 완성을 위해 찍은 온점은 바로 메인 빌런이자 주인공의 아버지인 웬우, 양조위였다. 솔직히 이건 반칙이지. 미인에게는 빌런 캐릭터를 주면 안 된다니까.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면죄부를 주고 싶어지는 얼굴이다. 그 얼굴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조력자가 될 것이다. 텐링즈를 놓을 만큼 아내를 사랑했고, 그런 아내가 죽임을 당했다면 당연히 복수를 하고 싶겠지. 그 과정에서 뭐 아들의 도움을 받고 싶었을 수도 있고, 아내가 죽은 것처럼 아들이 죽을까봐 걱정도 됐을 거고... 결국 웬우가 원한 것은 죽은 아내가 돌아와 다시 행복한 가정이 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의 행동은 그냥 다크 트웰러의 보이스피싱에 당한 정도 아닌가. 그 급한 상황에서도 아내 재단에 기도까지 드리고 결국 아들을 지키면서 죽어갔는데, 웬우는 잘못 없어... 아무튼 없어... (자식을 킬러로 키우는 것은 엄연한 아동 학대입니다.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것 역시 아동 학대예요. 하지 말라는 짓 결국 해서 애들 외갓집을 풍비박산 내 놓은 것도 나쁜 짓입니다.)(아빠랑 외갓집이랑 사이 별로인건 만국공통인가...ㅎ)
영화의 액션을 평가하자면 오프닝 시퀀스부터 ‘죽여줬다’. 사실 링이 공격무기라기에 조금 실망했었다. 저글링을 할 것도 아니고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오프닝 장면에서 양조위가 사용하는 텐링의 형태는 1.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에 나오는 일렉트로맨의 전기 채찍 2. 블랙 팬서 슈리의 피스트범퍼 로 사용되었다. 링 간의 장력이나 척력을 적절히 이용한 듯 보였고 웬우가 이용하는 링에는 전기가 흐르는 모습을, 샹치가 이용하는 링에는 구름? 불같은 형태의 기운이 흐르는 것으로 보아 사용자에 따라 링의 성격도 변화하는 것 같았다. 링의 물질이 천년도 더 된 물질이라는 것으로 보아 마블 페이즈4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거나 곧 개봉한 이터널스에서 힌트가 나올 듯하다. 링을 사용하는 것 뿐 아니라 동양무술을 기반으로 한 근접전 역시 멋있었다. 샹치와 레이저 피스트의 버스 액션씬, 샹치와 샤링의 마카오 격투장 씬, 그리고 비계씬까지. 동양무술의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액션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리고 마지막 액션씬에서는 마블에서 볼 수 없었던 전설 속 동물들이 등장하면서 동양적 액션의 정수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악을 물리치는 해태, 북청 사자탈 같은 동물이나, 용 등이 인간과 힘을 합쳐 싸우는 장면은 결국 화합을 중시하는 자연친화적 면모로 보인다. 또한 어머니가 물려준 용의 힘과 아버지가 물려준 텐링의 힘을 동시에 사용하는 샹치의 액션은 결국 조상의 덕, 조상의 업이 모여 만들어진 후대의 ‘나’ 라는 유교적사상을 표방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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