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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새나는 자살특공대

해외 영화

by silversong 2021. 8. 1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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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새 나는 자살특공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상 저널

 

한 편의 영화를 보기로 결심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나 영화관에서의 관람을 결정한 경우에는 더욱.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람자들의 평이 적고 오롯이 영화의 장르적 특성의 기대 하에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는 선택자의 편견이 강하게 작용 한다. 나의 경우에는 화려한 액션을 좋아하고, 잔혹성이 높아도 개의치 않는 경우가 많아 액션, 스릴러 장르를 선호한다. 특히 시리즈의 경우 전작의 관람이 있었다면, 신작 역시 관람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나의 선택 기준에 알맞은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였다.

 

 

나는 마블과 디씨의 차이점을 인간의 영웅적 면모와, 영웅의 인간적 면모라고 표현하는데, 인간으로 태어나 영웅이 된 마블의 히어로들과는 달리, 디씨의 히어로들은 대체로 영웅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겪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씨에서 매력적인 것은 히어로만이 아니다. 다양한 서사를 가진 악당들과 히어로에 대적할 만한 빌런들이 모두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빌런들을 데리고 세상 최악의 팀을 만든다?

 

바로 수어사이드 스쿼드, 자살 특공대의 탄생인 것이다.

 

 제임스 건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디씨에서 이 영화를 맡기는 조건으로 ‘‘누구나죽여도 된다.’ 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이 영화는 참 많이 죽인다. 액션영화에서 관객의 기대를 완벽하게 채워주었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만큼이나 다양한 액션 스타일, 특히 스쿼드의 세 남자들, 블러드스포트, 피스메이커 그리고 플래그 대령의 액션 스타일은 근접전부터, 총격씬 혹은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의 낙하씬에도 각각의 차이점을 보였다. 또한 1편 이후에 개봉한 할리퀸의 단독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에서 할리퀸 그녀는 조커에게 묶여 살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문신을 고치고 1편보다 더 발전한 액션씬을 보여주었다. 특히 '버즈 오브 프레이' 에서 나온 팡파레 총격 액션씬에서 차용해 긴 창과 함께 펼치는 액션씬 뒤로 터져 나오는 꽃의 무리들은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액션 영화에서 액션씬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잔혹성이다. 흔히 유혈, 시체들로 표현되는 잔혹성은 청불딱지가 붙은 만큼 잔인했다. 머리가 날아간 시체, 불에 탄 시체, 내장이 그대로 드러난 시체 등 죽은 사람만큼 다양한 시체 모양들이 눈길을 끌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고어 무비를 좋아하는 나로써도 눈살을 찌푸리는 몇몇 장면이 있을 만큼 지나치게 과한 시체 전시가 눈에 띄었다.

 

이번 영화에서 눈에 띈 장면 중 하나는 바로 다음 장면을 예고하는 text 표현 장면이었다. 바다에 흩뿌려진 피부터, 낙엽, 불길 등으로 표현되는 글자들이 다음 장면을 예고해주거나 극의 흐름을 과거, 미래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사용될 수도 있었지만, 잔혹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액션 영화에 몰입을 차단하고, 단지 영화일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액션 영화에서 기대되는 '한 가지'의 부재였다. 바로, 불편함. 액션 영화는 전통적으로 남성장르에 속해 있다. 때문에 액션 영화의 클리셰라고 하면 떼 지어 나오는 남성들과 그 남성들에게 전리품처럼 주어지는 여성, 장난으로 치부되는 역겨운 성적 농담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에서 보이는 불편함을 찾기 어려웠다. 처음 영화가 시작할 때 까지만 해도 스쿼드에 많은 남성들과 성적 매력으로 꾸며진홍일점으로 등장하는 할리퀸에 그러려니 했으나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생각이 바뀌었다. 먼저, 영화에서 남성들 간에 나누는 역겨운 농담들은 그들이 본질적으로 히어로가 아닌 빌런이며 범죄자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기제로 사용되었다. 기존의 액션 영화에서는 남성들의 성적 농담이 한 것으로 포장되었으나 이 영화에서는 살인과 같이, 범죄의 영역으로 그려지고 결국에는 별로인 사람들이 하는 별로인 행동으로 그려졌다. 종래에는 사라질 것으로 표현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액션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힐을 신고 가슴과 엉덩이를 부각한 여성 캐릭터 대신에 아이캔디 4인방을 등장시켰다. 플래그 대령과, 블러드 스포트, 피스메이커 그리고 루나 대통령까지 그들을 찍는 구도는 다분히 관음적 성애를 기저에 둔 시선이었으며, 그들의 근육과 몸매를 지배당하고 싶은 욕망으로 그려내기 보다는 지배하고 싶은 욕망으로 그려냈다. (창살 안으로 보이는 블러드스포트의 엉덩이나, 피스메이커가 입은 크롭티를 생각해보라) 또한 한 나라의 대통령이자 주인공과 성애 관계적으로 표현되는 남성캐릭터를 반나체로 그려낸 장면은 처음 봤다. 그렇게 욕망의 시선으로 등장시킨 캐릭터는 할리퀸이라는 여성 캐릭터에게 쥐어지는 트로피이자, 그녀의 각성한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죽임당하는 냉장고 속 남성으로 이용되었다.

 

또한 이 영화의 액션 영화 클리셰를 타파한 마지막 요소는 바로 랫캐쳐2’의 존재였다. 그녀는 기존의 파괴, 혼돈을 야기하는 액션 영화의 존재가 아닌, 화합과 평화로 상황을 타개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킹샤크를 죽이려던 블러드 스포트와는 다르게 친구를 먹지는 않을 것이라며 화합을 제시한 랫캐쳐는 결국 우리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주는, 기존 세대와는 다른 존재로 그려졌다. 그런 그녀를 구성하는 단어는 역시, 여성 그리고 밀레니얼이었다.

 

 

스펙터클하면서 관객에게 파괴의 쾌감을 선사하는 액션 영화적 면모를 뽐내고, 장르의 고질적 pc문제를 해결한 영화로 1편에 비해 더 많은 찬사를 자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시리즈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죽일 소모용 캐릭터와 끝까지 살려낼 팬덤 저격용 캐릭터를 잘 구분해야 할 것이다. (무슨 뜻이냐고? 플래그 대령 살려내란 말이다.) 아무튼 저작보다 발전한 2편, 성공한 속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였다. 

 

+)

(이 영화에서 단점을 꼽으라면 나는 역시 억지 가족코드를 꼽겠다. 1편에서 디아볼로나 데드 샷처럼 아빠-딸 관계성을 들먹이며 스쿼드 합류의 트리거로 사용하는 것은 이번 편에서 블러드 스포트와 그의 딸의 관계로 재사용되었고, 특히 스쿼드 내에서 대장격의 성숙한 자아를 가진 남성 캐릭터와 미성숙한 자아를 가진 여성캐릭터가 유사 부녀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관객에게 신파의 요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그나마 1편에서 데드 샷의 무조건적인 도움을 받던 할리퀸과는 달리 이번 편에서는 랫캐쳐를 무조건적으로 구해내던 블러드스포트와 그런 블러드 스포트를 또 다시 구해주는 랫캐쳐의 관계성이 더 건강해 보이긴 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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