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연관 콘텐츠에 대하여
종영한지 반년이 넘도록 시청자들에게 떡밥의 홍수를 보내고 있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하 슬의)
아, 이 떡밥은 잠겨 죽어도 좋으니 끊임 없이 밀려오라
지난해 3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슬의는 tvn 드라마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신원호 PD 와 이우정 작가의 작품이다. 과거의 향수를 느끼도 남편 찾기라는 재미가 공존하던 응답하라 시리즈를 벗어나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 처럼 슬기로운 시리즈를 펼쳐 나가는 두 사람은 명실상부 티비엔 드라마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슬의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드라마의 줄거리가 자극적이지 않고 특정 공간의 사람들이 살아 가는 이야기를 드라마가 성공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출연진 간의 캐미와 양질의 콘텐츠 덕분일 것이다.
드라마에서 중요한 소재로 쓰이는 밴드는 활용도가 높은 설정이다. 먼저 주인공들을 밴드의 포지션에 맞추어 단합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밴드 연습의 명목 하에 주인공들의 친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밴드가 있다면 OST 제조에도 효과 적이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각 주인공들이 부르는 노래들이나 연주하는 곡들이 실검에 오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드라마의 인기로 직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와 연기의 공간에서 벗어나 음악과 연주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과제는 기존의 드라마에서 보여줄 수 없는 연습 비하인드, 방콕 콘서트 등의 부가 콘텐츠 생성에 도움이 된다. 여러모로 제작진이 캐스팅 단계와 준비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나지만, 한 번 생성된 밴드는 노력 대비 관객의 큰 흥미를 유도한다.
또 쥬목할 점은 슬의가 종영 이후 끊임 없이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드라마들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비하인드 씬과 방송의 편집본을 디지털 콘텐츠로 재편집해 올리는데, 슬의의 경우 편집본은 방영과 동시에 올라 갔으나 비하인드 씬은 '슬의 BTS' 라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유투브 티비엔 디지털 채널에 게시되었다. 드라마의 비하인드가 하나의 온전한 콘텐츠가 된 것이다. 동시에 슬의 시즌2 를 기다리고 있을 시청자들을 드라마의 안정적인 '팬' 으로 고착시켰고 시청층 확보와 동시에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각 캐릭터들 마다 어떠한 캐스팅 과정을 거쳤는지, 어떠한 연기 준비 과정을 거쳤는지를 보여주며 배역 자체의, 그리고 배우 자체의 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단순히 드라마의 팬이 된 것을 넘어서 캐릭터에 호감을 가지고 밴드에 호감을 가지며 신PD가 만들어 낸 하나의 세계관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감탄한 지점은 저번 주 부터 십오야 채널 (티비엔 유투브 채널) 에 게시 된 '슬기로운 캠핑 생활'이다. 드라마 촬영의 뒤풀이에 있던 배우들과 제작진 간의 놀이 약속을 촬영하여 하나의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게다가 그 촬영에 동원되는 것은 드라마 휴식기에 쉬고 있는 세트장과 자사 예능의 한 축을 담당하는 나영석PD였다. 이 지점에서 나는 두 세계관이 -슬의와 신서유기가- 만나는 것에 흥미를 느꼈으며 단순히 슬기로운 캠핑 생활에 나PD가 예능 자문으로 온 것이 아니라 '출장 십오야' 라는 레크리에이션 전문 피디로 등장하여 또 하나의 콘텐츠 생성에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티비엔의 경우 디지털 콘텐츠 사업이 타 방송사보다 활발하다. 라끼남, 이식당, 기쁨라사, 아간세, 마포 멋쟁이 등 다영한 콘텐츠 들이 5분 방송으로 시청자들을 현혹시키고 자사 유투브로 시청자들을 이끌었다. 디지털 채널이 단순히 TV 프로그램을 재편집한 클립 업로드 용이 아니라,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수 많은 매력들과 웃음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출연진에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활용해 민호-피오 의 패션 합작 방송이나 규현의 술방, 강호동의 라면 방송, 이수근의 만능 식당 방송, 은지원의 젝키 프로젝트 등 출연진-주제 맞춤 콘텐츠를 제작해 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그 전까지 십오야의 출연진 활용에 부정적인 편이었다. 그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위해 활용하는 티비 스타들은 뻔하다는 생각이 있었고 캐스팅에 게으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모 방송에서 나피디가 잘하는 것에 새로운 것을 섞자 라는 말을 생각한다면, 유투브 채널 활용과 티비 스타 활용을 적재적소 배치로 시너지를 폭발시켰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슬의 이야기 하다 이까지 왔군,, 신원호 피디와 나영석 피디의 드라마 예능을 본 사람이라면 출연진 돌려막기가 성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캐스팅에 게으르면서 부지런한 사람들인지 브라운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연극 뮤지컬 배우들을 기용하면서도 전작들과 겹치는 캐스팅이 많다. 그럼에도 그들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들이 구축해 낸 세계관이 매력적이고 팬들은 기꺼이 그 세계관 자체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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