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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고 생각말기

해외 영화

by silversong 2021. 12. 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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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고 생각말기

-디어 에반 헨슨 영상 저널

 

안녕? 에반,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될 거야! 자신감있게, 당당하게 행동해! 너 답게만 하면 무엇이든 이루어 질거야. 설사 그렇지 못한 하루가 되더라도 뭐어때, 나답게 행동한 하루일테니까! 너의 가장 친한 친구, 에반 헨슨이.

 

 

그런 순간이 있다. 끝없는 우울과 불안 속에 스스로를 감춰야 하는 순간이. 끝없이 고립되는 순간이 있다. 어딘가에 속해있다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 일일까. 친한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내 말에 모두가 집중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눈물 나는 일일까. 스스로를 포기 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아무도 내 깊은 우울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고 여겨질 때. 빌어먹을 나무에서 떨어져 수도 없이 누군가를 기다려야만 했을 때. 그 순간조차 내 우울과 불안이 내 목구멍을 틀어쥐고 말 한마디 내뱉지 못하게 막고 있을 때.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이 미치도록 사무칠 때.

 

 

에반 헨슨은 친한 친구 하나 없는 평범한 학생이다.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약을 먹고, 상담사의 권유로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는 평범한 학생. 그나마 말을 섞는 친구조차 가족으로 이루어진 친구이고 여러 동아리를 하며 당당한 모습의 친구들을 부러워 할뿐이다. 그런 에반에게 다가온 건 그의 짝사랑 상대인 조이의 오빠 코너, 코너 역시 폭력적 성향과 불안 증세로 친구가 없는 아웃사이더였다. 코너는 에반의 깁스에 싸인을 해주며 이러면 둘 다 친구가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코너는 에반이 쓴 편지에서 동생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와 다툰 뒤 편지를 들고 사라진다. 3일 뒤 에반을 찾아온 건 코너의 부모님. 코너가 자살을 했고, 에반이 스스로에게 쓴 편지는 코너의 유서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에반은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코너의 부모님에 휘둘려 식사 초대를 받게 되는데, 식사초대에서 에반은 자신과 코너를 친구사이라고 거짓말 하며 둘 사이의 추억을 꾸며낸다. 코너의 어머니는 에반에게 의지하며 아들과의 추억을 더 들려 달라 말하고 주고받은 메일에 대해 궁금해 한다. 그러나 코너의 아버지는 코너가 폭력적 성향을 보이며 가족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려했고, 친 아버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을 멀리했다는 것에 코너의 죽음을 온전히 추모하지 못한다. 에반의 짝사랑 상대이자 코너의 동생인 조이 역시 자신을 괴롭히던 오빠를 용서하지 못하고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코너가족과 친해진 에반에게, 동급생 알라나는 코너를 추모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 에반에게 자신의 불안증세를 털어놓으며 소외된 학생들을 위해 행사에 참여해달라 요청한다. 결국 에반은 코너의 추모식에서 연설을 하고 연설 영상은 SNS를 타고 인기를 얻게 된다. 유명세를 탄 에반과 오빠의 죽음을 가치있게 만들어준 것에 감동한 조이는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에반은 바쁜 어머니에게 진실을 숨기고 코너 가족과 더 가까워진다. 동시에 코너의 이름을 딴 추모공원 설립모임에 소홀해 지고 조이와의 연애에 집중한다. 코너 가족은 에반을 위해 에반의 어머니를 식사에 초대하고 불우한 그의 집안 환경을 위해 대학 등록금을 내주겠다 하지만, 에반의 어머니는 이를 거절한다. 알라나는 에반이 공개한 코너와의 메일을 보고 에반의 거짓말을 의심하고 에반은 자신이 쓴 편지를 코너의 유서라며 알라나에게 보여준다. 알라나는 모금활동을 위해 유서를 공개하지 말라는 에반의 말을 무시하고 유서를 공개한다. 그러나 공개된 유서는 코너의 가족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된다. 가족이 자살의 원인이라 친구에게 유서를 썻을 것이라는 추측, 돈 많은 집안이 추모공원을 위해 모금활동을 한다는 비난 등으로 코너 가족은 순식간에 궁지에 몰린다. 알라나 역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유서를 내리지만, 이미 곳곳에 퍼져 버렸고, 에반은 자신의 잘못이라 말하며, 상황을 바로 잡으려 한다. 연설 이후 유명해진 자신의 SNS에 자신의 거짓말을 털어놓는 에반. 코너와 자신은 친구가 아니었고, 코너의 유서는 자신이 우울증 치료를 위해 썼던 편지라는 것을 털어 놓는다. 에반의 고백으로 상황이 변할 수 있을 까. 그들은 과연 추모공원을 건립할 수 있을 까.

 

 

영화의 초반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면은 에반이 군중 속에 고립을 느끼는 장면과 불안 증세로 약을 먹는 장면이다. 그의 정신적 문제는 낯선 이와 말도 제대로 나눌 수 없게 만들며 급하게 화장실에 숨어서 약을 먹어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가 처음으로 변화하는 순간은 알라나가 자신의 문제를 털어 놓는 순간이다. 알라나 역시 불안증세를 앓고 있었고 약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수많은 동아리 활동을 하고 많은 학생들 앞에서 연설을 할 수 있었다. 알라나는 많은 활동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꼈고 이 일은 본인과 에반만의 일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코너 프로젝트가 외로움을 겪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이야기 했다. 에반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연설 후 모금 활동 등으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알라나를 비롯한 정신적 문제를 앓고 있는 학생들은 에반의 연설과 SNS의 흐름을 통해 자신들이 혼자가 아니며 일종의 연대를 통해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에반은 자신의 거짓말로 이루어진 연대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코너의 가족이 다가왔고, 에반은 바쁘고 가난한 어머니 대신 부유하고 따듯한 코너의 가족의 자신의 소속으로 인식하게 된다. 에반이 코너 가족에 소속되려 했던 모든 행동은 결과적으로 코너 가족을 속이는 일이었고 이후 유서가 공개된 뒤 공격받는 코너 가족을 보며 에반은 일시적인 따듯함만을 주던 가짜 소속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진실을 밝히게 된다.

 

 

우리가 에반의 행동을 비난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행동이 선한 의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들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 부모를 위해, 가족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연인을 위해, 그리고 자신과 같은 문제로 고통받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그는 용기를 낸 모든 순간에 성장했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의 결심으로 진실을 밝히게 되는 순간, 그리고 어머니에게 자신의 부상이 놀다가 다친 것이 아니라 자살 시도의 실패 때문임을 밝히는 순간. 그는 성장했고 단단해 졌으며 강해졌다.

 

 

이 영화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 숨 쉬듯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영화이다. 크고 작은 문제 속에서 속부터 곪아갈 때, 숨기고 모른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고 같음을 인정하며 연대를 하게 하는 영화이다. 하이스쿨뮤지컬처럼 반짝이는 학교생활이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환상 속에 그려지는 완벽한 내가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고 빛나는 순간을 간직한 사람이라고.

 

 

어쩌면 21세기에 10대들에게 필요한 건 더 반짝이는 내일이 아니라, 빛바랜 오늘을 위한 위로가 아닐까 싶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넘어지고, 끝내 스스로에게 실망하더라도. 그럼에도 나, 답게 행동한 것만으로 충분한 하루가 필요하지 않을까.

 

 

디어 에반 헨슨, 오늘은 참 좋은 날이야. 왜냐하면, 나답게 살고 있거든.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해치지 않은 것 만으로 좋은 날이고 멋진 인생이야. 진심으로 너의 행복을 빌어. 너의 가장 친한 친구. 에반 헨슨이.

 

 

 

(감동적인 내용과는 별개로 뮤지컬 영화만의 매력이 감소한 듯 하다.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했다는데, 매력적인 넘버를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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