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의 슬기로운 OTT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를 맞아
-티비엔과 티빙, 방송계의 우량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몇 년간 채널 TVN은 이른바 이명한 사단을 필두로, 예능,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중파를 능가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예능은 물론이고, 드라마, 개그 프로그램 등등 시청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대중들에게 케이블 TV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TVN은 이에 그치지 않고 유투브로는 채널 십오야를 통해 유투브 콘텐츠를 제작했고, CJ 온라인 홈페이지 ‘티빙’을 OTT사이트로 재가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과연 ‘티빙’은 OTT사이트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
채널 십오야는 나영석 PD를 주축으로 만든 다양한 콘텐츠들을 방영했다. 신서유기 멤버들로 만든 신서유기 스핀오프 ‘아간세’ (아이슬란드 간 세끼)부터 신서유기 멤버들의 특징을 살린, 라끼남, 나홀로 이식당, 마포 멋쟁이,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등등 TV방송에서 5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자체 유투브 채널을 통해 풀버전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채널 이용자수를 늘려나갔다. 또한 신원호 PD는 전작 ‘슬기로운 의사생활1’을 종영한 동시에 채널 십오야에 각 캐릭터의 캐스팅 비화나 촬영 비하인드 등을 편집해 올렸고, 마찬가지로 주연 배우과 함께 슬기로운 캠핑 생활이라는 자체콘텐츠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채널 십오야를 통해 스낵 콘텐츠의 유용성을 알게 된 TVN은 티빙을 OTT서비스로 개편 시키면서 비슷한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이에 TVN ‘대탈출’의 정종연 PD는 자신의 특기인 추리, 탈출을 기반으로 한 ‘여고추리반’을 선보였고, 나영석 PD는 신서유기 멤버들과 함께 하는 ‘스프링 캠프’를 기획, 공개 했다. 또한 TVN 토요 예능의 주축인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 마켓’의 이태경 PD는 같은 포맷에 아이돌 출연진이 함께하는 ‘아받대(아이돌 받아쓰기 대회)’를 제작했다.
공개된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전반적으로 장기적이지 못한 콘텐츠이며, 시즌제로 운용되는 콘텐츠이다. 게다가 아주 새로운 기획이라기보다는 기존 TV콘텐츠를 재해석하거나, 동일 포맷을 사용하거나, 동일 출연진을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콘텐츠들은 기존 TV콘텐츠를 즐겨보는 시청자들을 티빙으로 유입되게 하는 좋은 초석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예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사용자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가입비를 내는 위험을 감수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익숙한 포맷, 익숙한 출연진들을 통해 사용자들로 하여금 서비스 유료 구독을 하면 기존 콘텐츠의 외전을 볼 수 있다는 느낌을 주며 소비자 유입을 이뤄냈다. 하지만 여전히 TVN의 보조 미디어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앞으로는 이 유입된 구독자들을 1회성이 아닌, 정기 구독을 할 수 있게 그들을 잡을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티빙 오리저널 만의 콘텐츠 말이다. 그 어떤 TV 채널의 보조적 시청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 독립적인 매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17일 방영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전 시즌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곧 오는 7월에는 대탈출 시즌4가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주중에는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간떨어지는 동거’ 등 다양한 드라마가 시청자를 사로잡고, 주말에는 ‘놀라운 토요일’ 등 기발한 예능이 고정 시청자를 만들어 낸 TVN. 어느새 믿고 보는 채널이 된 TVN은 과연 자체 OTT서비스인 티빙을 티비엔의 성공만큼 부흥 시킬 수 있을 것인가. 현재 티빙은 CJ EnM 계열의 채널들을 모두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이다. 비단 TVN의 시청자 뿐 아니라, OCN, JTBC, MBN 등 다양한 채널의 이용자가 모두 티빙 사이트를 이용해 왔다. 과연 기존 티빙 사이트 이용자들을 OTT 플랫폼 티빙의 사용자로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인지. OTT 생태계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로는 넷플릭스가, 영화 분야로는 왓챠플레이가, 국내 공중파로는 웨이브가 주축을 잡고 있는 지금, 과연 티빙은 생태계 교란종이 될 수 있을지,귀추가 주목된다.
PS. 여담으로 말하자면, 나는 티빙에서 실시간TV를 보기 위해 OTT구독을 했다. 그 전에는 우리가 Onair라고 부르는 인터넷 실시간 TV가 무료였으나 OTT로 개편되면서 온에어가 유료로 변경되었다. 티빙에는 TV와 연동되어 방송되는 실시간 Tv와 자체적으로 한 콘텐츠를 스트리밍 해주는 실시간 스트리밍이 있는데, 이 중 온에어가 유료로 돌려지면서 티빙 유료 구독자가 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