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영화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영화의 가벼움>
-영화 언차티드 영상 저널
어떤 영화는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다. 내러티브엔 신경도 쓰지 않고, 미장센이니 뭐니 하는 어려운 영화 이론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영화는 영화관이 아닌, 놀이공원에 있어야 할 존재가 되었다. 아, 참을 수 없는 영화의 가벼움이여.
영화 언차티드는 영화라고 칭하기도 아쉬운 수준이다. 우리가 영화를 관람할 때 즐거움을 얻는 방향은 영화 자체의 즐거움과 영화 관람에 대한 즐거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야흐로 21세기 영화관은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하며 영상물을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람을 체험하는 형식으로 바뀌어 갔다. 그래서 어떤 영화는 영상미나, 줄거리 등을 감상하며 관람해야 하지만, 어떤 영화는 뇌를 비우고 그저 영화적으로 허용된 모든 볼거리를 즐기는 것에 그칠 수 있다. 언차티드가 바로 그런 영화인 것이다.
언차티드는 보물을 찾아 나서는 버디 물이다. 주인공 네이선은 고아로, 도둑이자 보물을 찾아다니는 형이 있다. 언젠가부터 형의 연락이 끊기고, 네이선은 바텐더와 소매치기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빅터 설리반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사라진 마젤란의 황금을 찾자고 제안하며 그가 네이선의 형, 샘의 동료라는 것까지 밝힌다. 황금을 찾는 데 필요한 열쇠 중 하나가 팔릴 경매에 참석한 네이선과 설리는 소동을 일으키며 열쇠 탈취에 성공하지만, 황금을 찾던 몬카다와 용병 브래독과 맞붙는다. 바르셀로나로 건너온 네이선과 설리는 남은 한 열쇠를 가진 클로에를 만나 황금을 추적하고 성당을 지나 황금의 위치가 나온 지도를 찾는다. 그러나 클로에는 네이선과 설리를 배신하고 지도를 챙겨 몬카다에 합류한다. 네이선은 형의 실종이 브래독의 짓이었음을 알게 되고 혼자 도망친 설리에게 분노하지만, 이내 형제의 꿈이었던 황금을 찾기로 한다. 클로에를 미행해 몬카다 비행기에 잠입한 두 사람, 마젤란의 황금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영화는 말하자면, 외국판 추석 특선 영화 같은 느낌이다. 보물찾기라는 가벼운 주제와 화려한 볼거리를 필두로 한 이 영화는 눈으로 즐기는 놀이 기구에 가깝다. 전형적인 팝콘 무비에 VOD용으로 팔릴만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영화관 표를 팔기 위해 시각적 즐거움을 추가했다. 헬기에 매달리는 배나, 경매장의 화려한 조명들. 화물이 떨어지는 공중 액션 장면까지 영화관에서 즐길만한 콘텐츠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스스로를 그저 시각적 즐거움만을 위한 콘텐츠로 만들었다. 보통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일종의 내러티브를 향유하는 것과 같다. 영화는 완성도 있는 내러티브를 세련된 영상과 풍부한 사운드로 만들어내는, 일종의 공감각적 콘텐츠다. 그러나 영화 언차티드는 내러티브가 지나치게 부족하다. 형과 동생이 꾸준히 공유하는 해적의 후손이라는 말이나, 고아라는 설정, 설리의 등장 등 모든 것이 어색하다. 마젤란의 황금이라는 흔한 설정을 두고 와서 보물을 찾는 것도 지루하다. 일반인도 생각해 낼 수 있는 설정은, 영화와 현실의 간극을 좁혀주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제작자가 설정을 게으르게 짰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 외에도 몬카다 가문이 뒤를 쫓는 내용이나, 용병인 브래독이 갑작스럽게 배신을 하는 장면, 클로에와 끝끝내 팀이 되지 못하는 것까지. 이 영화의 줄거리는 구멍이 숭숭 뚫린 그물망 같다.
무수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셀링 포인트는 확고하다. 주인공 톰 홀랜드를 좋아하는 사람과 가벼운 보물찾기가 보고 싶은 사람. 영화는 시종일관 톰 홀랜드를 벗긴다. 운동하는 톰 홀랜드, 물에 젖은 톰 홀랜드 등, 이 영화의 확실한 아이 캔디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이 현상으로 득을 보는 것은 입체적인 두 여성 캐릭터 되시겠다. 열쇠를 가지고 있던 클로에는 설리와 샘의 모험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보이며 네이선이 호감을 느끼는 여성 캐릭터로 초반에는 네이선의 러브 라인을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진정으로 ‘금’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네이선이 그의 목숨을 두 번이나 살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신을 이어간다. 그녀는 총 세 번 네이선을 배신하는데, 처음 만났을 때 열쇠를 훔쳐 달아나고, 두 번째 네이선이 물에 빠진 그를 구해주었지만, 지도를 들고 달아난다. 마지막 호텔 방에서 네이선이 지도를 해석해 찾은 좌표를 들고 사라지는 것으로 그의 배신이 완성된다. 주인공과 한방을 쓰면서 저렇게 금만 좇는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용병 조 브래독은 두 부하를 거느리는 베테랑으로 그 역시 과거, 설리와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 이미지는 미인계를 활용하는 스파이 용병으로 생각했으나 후반부에 그는 자신을 고용한 몬카다의 아들을 죽이고 그의 재산과 무기들을 빼앗아 황금을 탈취한다. 두 여성 캐릭터는 반전을 뒤엎고 그 어떤 성적 매력도 어필하지 않는, 정말로 ‘금’만을 원했던 사람으로 남는다.
주인공인 네이선을 연기한 톰 홀랜드는 여러모로 비슷한 구조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듯하다. 나이 많은 남성과 페어가 되어 'kid'라고 불리는 역할 말이다. 스파이더 맨에서는 멘토인 아이언맨이, 아이언맨 사후에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있었다. 하트 오브 더 씨에서는 크리스 헴스워스, 필그리미지에서는 존 번탈, 이번 영화의 마크 월버그까지. 전반적으로 이정표 역할과 아버지 역할을 동시에 수반하는 남성 캐릭터와 합이 좋은 듯하다. 혹은 본인이 그런 이미지를 고수한다던가. 한국 나이로 27. 어려 보이는 외형이나, 대형 프랜차이즈의 주연을 맡고 있는 만큼, 이미지 변신에 신중을 가해야 할 듯하다.
제작자 측에서 언차티드를 프랜차이즈 영화라고 언급했다. 쿠키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2편 제작이 확실시돼 보인다. 개인적으로 영화관에서 볼 정도로 좋은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인과의 데이트나 영화관 체험 등 시각적 흥미를 위해서는 한 번쯤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캐리비안의 해적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가볍다. 마치 전체 이용가 보물찾기 시리즈를 보는 느낌. 인디아나 존스라고 하기에도 지나치게 얼렁뚱땅 이다.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원작 게임 팬들 역시 게임과 연결고리가 약해 거의 오리지널 영화라고 보는 추세이다. 2편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1편처럼 실망스럽지는 않길 바란다.
+)몬카다 역할을 한 사람이 지나치게 매력적이고 중후한 멋이 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 인상적이어서 찾아봤더니 그 ‘안토니오 반데라스’였다. 역시…. 이름값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