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하는 그 좀비
워킹 데드 영상 저널
세상에 이렇게 설정을 짜기 쉬운 장르가 또 있을까.
결말마저 99% 정해진 장르, 바로 좀비물이다.
<새벽의 저주>부터 시작해 이 드라마 <워킹 데드>, 넷플릭스의 <킹덤>처럼 좀비 영화는 적당한 틀이 존재한다.
보통 좀비 드라마, 영화는 다른 장르보다 액션에 결합한 경우가 많고
좀비들의 공포나 좀비 시대에 나타나는 인간의 성격, 고뇌 등을 그린 경우가 많다.
<좀비 랜드>처럼 코미디와 결합한 경우 B급 영화처럼 좀비를 죽이는 것을 화려하게 장식하거나,
기타 웃음 요소를 넣고 좀비보다 인간들의 삶에 치중한다.
<킹덤>처럼 사극과 좀비물이 결합한 경우 시대상을 반영해
조금 더 세세한 설정이 들어가고 권력과 관련된 좀비가 출현한다.
또 이 경우에는 좀비를 없앨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나오고 조금 더 복잡한 형태의 방해자가 등장한다.
그 외의 좀비 장르는 거의 비슷한 틀이 있는데 아래와 같다.
좀비의 시작은 뭐 당연 의문의 바이러스이다.
간혹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연구소에서 발명을 하다 치명적인 변이가 일어났다 던지
(이 경우 연구소를 악역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죽은 동물을 먹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던지 하는 설정은 추가 되지만,
결국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과학적인 설정들을 넣지만 전혀 비과학적이고 이치에 맞지 않다.
단지 개연성을 위해 넣은 설정일 뿐.
주인공은 남자, 연약한 몸의 여성으로는 ‘좀비 떼’에서 살아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건지,
그냥 여성 주인공이 적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자이다.
보통은 체력, 무력을 겸비한 경우가 많다.
킹덤의 세자는 칼을 다룰 줄 아는 무인이고,
워킹데드의 주인공은 총을 쏠 수 있고 체력이 보장된 주 보안관이다.
그리고 이들은 도덕적이며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무력은 없어도 리더십은 필수항목이다.
부산행의 공유는 리더십이 있었고,
없는 무력을 보충하기 위해 동료로 마동석을 두었지 않은가.
이런 주인공은 목표가 있다.
가족, 연인을 살리는 것 보통은 딸이거나 아내인 경우가 많다.
가족은 만나기 위해, 혹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은 좀비를 무찌르고 희생을 한다.
그리고 주인공에게는 몇몇의 동료가 있다.
이들은 1.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2. 민첩성, 순발력이 좋거나,
3.주인공에게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주거나,
4. 가공할 만한 힘이 있거나,
5. 기계 또는 헬기 등의 교통수단을 운전할 수 있다.
<워킹데드>의 글렌은 민첩성과 순발력을 가지고 식료품을 조달했으며
셰인은 주인공과 같이 보안관으로 총을 쏠 줄 알고 어느 정도 리더십도 있는 주인공-2 정도의 포지션이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영화의 악역, 크게는 좀비 사태를 만든 이 이고,
작게는 주인공을 방해하는 난세의 이기적인 인간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경우 2시간 내에 생존이 목표이므로 좀비 사태를 만든 이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족들의 생존을 방해하는 이기적인 사람만 존재한다.
그러나 조금 더 호흡이 긴 드라마는 매 회 주인공을 방해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마지막에 갈수록 메인 악역-좀비 사태를 만든 이-가 나온다.
좀비 장르의 단점은 걷잡을 수 없는 바이러스로 해피엔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후의 피난처를 찾아가는 것으로 끝나지만 피난처 밖은 지옥이다.
그나마도 영화의 경우에는 피난처에 도착이라도 하지,
드라마는 피난처가 무너지는 것을 반복해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가족을 잃기도 하고 동료를 잃기도 한다.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마지막에 희생을 하면 몰라 주인공이 죽으면 영화는 끝, 드라마는 종영이니까.
이처럼 다른 장르에 비해 좀비장르는 진행 경로가 일정하다.
때문에 보통 여름에 개봉하는 킬링-타임용 공포영화가 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장르이기도 하다.
초기의 좀비 영화야 참신한 설정이라고 극찬 받았으나
지금은 뭐 레퍼런스가 이리 명확하니, 더 이상 다를 것도 없다.
그렇지만 언제나 변주가 가능한 장르이기도 하고 시
청자의 입장에서는 마니아층이 있고 볼거리가 있는 장르로 기대되는 바이다.
(다만, 이건 영화의 이야기이고 드라마에서 다시 한 번 좀비 장르가 나올 수 있을 까? 다른 장르와 혼합되지 않고?)